
기아가 지난해 선보인 목적 기반 전기밴 PV5가 국제 밴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며 북미 밴라이프 커뮤니티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 북미 출시는 공식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근 미시간과 캘리포니아 도로에서 잇달아 목격되면서 기대와 추측이 함께 커지는 중이다. 이 글은 확인 가능한 사실만 추려 PV5가 실제로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정리했다. 국제 밴 오브 더 이어는 유럽 자동차 전문지들이 매년 뽑는 상으로, 한국 브랜드가 이 상을 받은 것은 PV5가 처음이라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용 전기 플랫폼이 만든 평평한 바닥
PV5는 기존 내연기관 밴을 개조한 차량이 아니라, 기아가 서비스용 차량을 위해 새로 설계한 E-GMP.S 플랫폼 위에서 태어났다. 배터리를 바닥 깊숙이 눕혀 넣은 덕분에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실내 바닥은 완전히 평평해졌다. 글로벌 사양 기준 51.5킬로와트시와 71.2킬로와트시 두 종류 배터리가 제공되며, 완충 시 최대 256마일까지 달릴 수 있다고 기아는 밝혔다. 급속충전은 10%에서 80%까지 30분이면 끝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V2L 기능을 이용하면 별도 발전기 없이도 배터리 전력을 그대로 끌어와 인덕션이나 냉장고 같은 전자제품을 쓸 수 있다. 시끄러운 소형 발전기를 따로 싣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점은, 밤늦게 캠핑장에 도착하거나 소음 규정이 엄격한 자리에 머무는 여행자에게 특히 반가운 대목이다.
플랫폼 비욘드 비히클, 큰 그림은 따로 있다
PV5는 기아가 2024년 CES에서 처음 공개한 PBV(플랫폼 비욘드 비히클) 전략의 첫 결과물이다. 당시 기아는 베이직, 하이루프, 로보택시, 픽업 등 여러 콘셉트를 함께 선보였는데, 실제 양산에 들어간 글로벌 버전은 패신저, 카고, 섀시캡 세 가지 차체로 정리됐다. 한국 시장에는 이미 출시돼 판매가 시작됐고, 유럽 시장도 순차적으로 뒤따르는 중이다. 배터리와 모터, 서스펜션, 언더바디 구조까지 표준화한 이 플랫폼은 다양한 파생 모델을 빠르게 찍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기아 측 설명이다. 완성차 업체가 배송용 밴부터 캠핑카, 로보택시까지 하나의 뼈대로 대응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기존 내연기관 중심 라인업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접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크루드라이버 하나로 끝나는 캠핑카 키트
PV5를 캠핑카로 바꾸는 작업은 이미 현실이 됐다. 밴 개조 스타트업 밴랩이 올해 초 내놓은 PV5 패신저용 캠핑 키트는 스크루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조립할 수 있는 구조로, 침대와 인덕션 조리대, 수납 서랍까지 갖췄다. 이 키트는 기아 코리아의 공식 “기아 컬렉션” 상품으로 한국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고 가격은 299만 원, 달러로 환산하면 2000달러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밴랩 측은 일본과 유럽, 영국으로도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북미 판매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케아 가구처럼 부품을 끼워 맞추는 방식이라 전문 업체에 맡기지 않고도 하루 만에 침실과 주방을 갖춘 캠핑카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이 키트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계기판보다 눈에 띄는 실내 디테일
글로벌 사양 PV5 패신저는 7.5인치 계기판과 12.9인치 내비게이션 화면을 갖췄고, 디지털키 2.0으로 스마트폰만으로 차량에 접근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기반으로 하며, 개조 모델을 위한 차체 기능 제어와 플릿 관리 기능, 서드파티 앱 연동까지 지원한다. 안전 사양으로는 주행 상황에 맞춰 감속을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제동, 하이웨이 드라이빙 어시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하이빔 어시스트, 사각지대 충돌방지 보조, 주차 충돌방지 보조가 포함된다. 다만 이 사양들은 글로벌 버전 기준이며, 북미형 PV5의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로보택시로 가는 길
PV5는 캠핑카뿐 아니라 자율주행 서비스로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는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사인 모셔널과 손잡고 PV5 기반 로보택시 모델 PV5-R을 개발 중이다. 목표는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이지만, 실제 서비스 운영은 2028년 이전에는 시작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고 지역별 법규에 따라 상용화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 캠핑카로 개조되는 패신저 모델과 로보택시로 개발되는 PV5-R은 같은 플랫폼을 쓰지만 용도가 완전히 다른 별개의 파생 모델이라는 점도 헷갈리지 않아야 할 부분이다.
어떤 차체로 들어올지가 관건
오토모티브뉴스는 PV5가 승합차 형태로 수입될 경우 이른바 픽업트럭에 붙는 높은 수입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이 때문에 북미형 PV5가 패신저 밴 형태로 먼저 들어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카고나 섀시캡이 함께 들어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캠핑카로 개조하려는 수요를 감안하면 창문과 좌석이 있는 패신저 모델이 유리하지만, 화물칸이 넓은 카고 모델이 개조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루기 쉬울 수 있어 어느 차체가 중심이 될지는 출시 발표를 봐야 알 수 있다.
북미 출시는 아직 미확정
오토모티브뉴스 보도에 따르면 PV5는 2027년 하반기쯤 북미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기아는 아직 공식 확정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목격된 차량은 북미 규정에 맞춘 측면 마커등을 달고 있어 눈길을 끌었고, 캘리포니아 도로에서도 테스트 차량이 포착된 바 있다. 생산 공장으로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이나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가 거론되지만 이 역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어느 쪽에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관세와 최종 판매가가 달라질 수 있어, 업계는 생산지 발표 자체를 출시 시점을 가늠하는 신호로 주시하고 있다. 가격도 북미 기준으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참고할 수 있는 숫자는 유럽·영국 시장뿐인데, 영국에서는 패신저 모델이 3만2995파운드(약 4만4000달러), 카고 모델이 2만7645파운드(약 3만7000달러)에 사전예약을 받았고, 유럽 목표가는 3만5000유로 선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 가격은 이보다 낮거나 높게 책정될 수 있어 지금 단계에서는 참고치로만 봐야 한다. 관세와 현지 조립 여부, 세액공제 적용 대상인지에 따라 최종 소비자가는 유럽·영국 가격과 상당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사진 출처: Treeinkr, Wikimedia Commons (commons.wikimedia.org, CC BY-SA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