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리 위에서는 하늘이 열려 있었는데, 남쪽으로 100마일쯤 내려가면 산 하나를 통째로 뚫은 터널이 기다린다. 높이 11피트 7인치. 블루리지파크웨이에서 가장 낮은 문이다.
469마일 능선길에 뚫린 26개의 문
블루리지파크웨이는 469마일에 걸쳐 애팔래치아 능선을 따라간다. 그 구간 중 26곳에 터널이 뚫려 있는데, 각 터널은 높이를 두 가지로 표기한다. 도로 중앙선 기준 최대 높이와, 도로 가장자리 기준 최소 높이다. 차량 폭이 넓거나 중앙선을 넘나들며 운전하면 실제로 부딪히는 높이는 가장자리 쪽 숫자에 가까워진다. 게다가 포장 상태에 따라 이 수치가 1~6인치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게 파크웨이 측 공식 안내다. 표지판의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기보다, 여유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낮은 문, 빅위치
26개 터널 가운데 가장 낮은 곳은 461.2마일 지점의 빅위치 터널이다. 가장자리 기준 11피트 7인치, 중앙선 기준으로도 18피트를 넘지 않는다. 길이는 353피트로 짧은 편이지만, 지붕에 에어컨이나 환풍구, 카고박스를 올린 RV라면 이 숫자 하나로 통행 여부가 갈린다. 바로 옆 리크스톤리지 터널(458.8마일)도 가장자리 11피트 8인치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두 터널 모두 파크웨이 남단, 그레이트스모키산맥 국립공원 경계에 가까운 구간에 몰려 있다.
1987년에야 완성된 마지막 조각
같은 파크웨이라도 북쪽으로 100마일 넘게 올라간 그랜드파더마운틴 인근 풍경은 다르다. 린코브비아덕은 터널과 정반대로 산을 뚫는 대신 산허리를 감아 도는 고가교다. 길이 1243피트, 무게 50톤짜리 콘크리트 세그먼트 153개를 이어 붙여 1987년에야 완공됐다. 1935년 착공한 파크웨이 전체 구간 중 가장 늦게 이어진 마지막 조각이 바로 이 다리다. 산을 깎아내는 대신 다리를 얹어 그랜드파더마운틴의 생태를 지키자는 결정이 공사를 반세기 가까이 늦춘 셈이다. 이 구간은 터널이 아니라 개방된 고가도로라서, 높이 제한에 걸릴 걱정 없이 능선 조망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가장 낮은 곳과 가장 높은 곳, 3피트 차이
26개 터널 전체를 놓고 보면 높이 편차도 꽤 크다. 가장 낮은 빅위치가 가장자리 기준 11피트 7인치인 반면, 465.6마일 지점 래틀스네이크마운틴 터널은 같은 기준으로 14피트 8인치까지 올라간다. 같은 도로 위 터널 사이에서만 3피트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길이도 제각각이라 짧게는 182피트(러프리지, 349.0마일)부터 길게는 1462피트(파인마운틴, 399.1마일)까지 벌어진다. 터널 하나를 통과했다고 다음 터널도 무사히 지나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라, 파크웨이를 달리는 내내 표지판을 하나씩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1935년에 시작된 도로
블루리지파크웨이는 1935년 공사를 시작해 셰넌도어국립공원과 그레이트스모키산맥국립공원 두 국립공원을 능선길로 잇는다는 목표로 뻗어나갔다. 절반 넘는 구간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뚫렸지만, 그랜드파더마운틴처럼 지형이 까다로운 구간은 공사 방식을 놓고 오랫동안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 산을 깎지 않고 다리를 얹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착공 반세기가 지난 1987년에야 린코브비아덕이 완공됐고, 그제서야 파크웨이 전 구간이 끊김 없이 이어졌다.
키를 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파크웨이 측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건 하나다. 출발 전에 반드시 차량의 실제 높이를 재라는 것이다. 지붕 위 캐리어나 카약 거치대, 에어컨 유닛까지 포함한 높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공식 터널 높이표를 미리 확인하고, 표지판 숫자와 자신의 차량 높이 사이에 최소한의 여유를 남겨야 안전하다. 도로 조건 업데이트와 폐쇄 정보는 국립공원관리청 블루리지파크웨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유소도 식당도 없는 길
블루리지파크웨이 위에는 상업 시설이 거의 없다. 주유소나 식당을 도로 위에서 기대하기 어렵고, 연료와 식수, 간식은 파크웨이에 오르기 전 인근 마을에서 채워야 한다. 공식 홈페이지가 별도로 주유·전기차 충전 가능 구간 안내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RV로 이 길을 달릴 계획이라면 터널 높이표만큼이나 연료 게이지도 미리 챙겨야 한다.
북쪽 다리와 남쪽 터널 사이
결국 이 도로 하나를 어떻게 달릴지는 차량 높이에 달려 있다. 지붕이 낮은 세단이나 소형 밴이라면 469마일 전 구간을 끊김 없이 이어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지붕에 뭔가를 얹은 RV라면 남쪽 저지대 터널 구간에서 미리 우회로를 짜두는 편이 낫다. 린코브비아덕에서 펼쳐지는 개방된 조망과, 빅위치·리크스톤리지에서 마주치는 좁은 입구는 같은 도로가 보여주는 두 얼굴이다.
사진 출처: Harold Blackwood Photo, National Park Service (nps.gov/bl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