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과 모터사이클, 그리고 우리 부부의 12박 13일

여행을 떠나기 전, 아내와 나는 우리가 직접 꾸민 밴을 바라보며 이번 여행에 대한 설렘을 나누었다.

이번 여행에는 특별히 모터사이클 한 대도 함께했다. 트레일러에 모터사이클을 싣고 떠나는 12박 13일의 긴 여행. 목적지만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길 위에서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여행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서부의 길

우리의 여행은 8월 1일에 출발, 샌버나디노에서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면서 시작됐다. 라스베이거스를 지나 광활한 서부의 풍경 속으로 들어서자 도시의 소음은 점점 멀어지고,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대지가 나타났다. 자동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 떠나는 장거리 여행의 매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를 지나 아이다호와 와이오밍으로 들어서면서 풍경은 또다시 달라졌다. 길은 점점 더 자연 속으로 갔고, 산과 호수, 초원이 어우러진 장대한 풍경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아이다호에서 와이오밍으로 넘어가는 산 속 강줄기
아이다호에서 와이오밍으로 넘어가는 산 속 강줄기

잭슨과 그랜드 티턴, 그리고 자연 앞에서

와이오밍주의 잭슨(Jackson)에 도착했을 때는 북적대는 관광객들의 열기가 더위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Grand Teton 부근 몰몬 반
Grand Teton 부근 몰몬 반

웅장한 산봉우리와 맑은 호수, 끝없이 펼쳐진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작아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고민하던 수많은 일들이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아주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아내와 함께 천천히 풍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며, ‘우리가 참 좋은 곳에 와 있구나’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Grand Teton 부근 Moran Junction RV park
Grand Teton 부근 Moran Junction RV park
Jenny Lake 유람선 뒤 하이킹
Jenny Lake 유람선 뒤 하이킹

옐로스톤에서 만난 또다른 세상

그다음 목적지는 미국을 대표하는 자연의 보고, 옐로스톤 국립공원이었다.

옐로스톤은 단순히 아름다운 국립공원이 아니었다. 뜨거운 온천과 간헐천, 야생동물, 광활한 숲과 계곡이 어우러져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조금 다른 곳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작품 앞에 서 있으니 나의 존재의 무상함과 겸손해야 함을 느끼며, 아내와 함께 다시 그 길을 달리고, 잠시 멈춰 또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순간들이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스터지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특별히 기대했던 곳은 사우스다코타주 스터지스였다.

올해로 86주년을 맞은 모터사이클 랠리.

전 세계에서 모여든 모터사이클 라이더들로 가득한 스터지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특별했다.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 다양한 모습의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의 자유로운 표정과 에너지는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짜릿한 흥분을 안겨 주었다.

뉴멕시코 Route 66 Casino & truck stop
뉴멕시코 Route 66 Casino & truck stop

예술의 도시, 산타페

이번 여행에서 옐로스톤의 자연이 “자연이 만든 작품”이었다면, 산타페는 “사람이 만든 작품”을 만나는 곳이었다.

마지막 목적지, 피닉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였다.

그곳에는 우리 아들이 살고 있다.

여행의 마지막에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선물과도 같았다. 장거리 여행으로 몸은 조금 지쳐 있었지만 아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순간 피로가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많은 관광지를 보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고 모터사이클을 타며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결국 여행의 마지막에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잠시였지만 아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우리가 꾸민 밴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며

12박 13일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다양한 기쁨을 맛보았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 모터사이클이 주는 자유, 예술이 주는 영감, 그리고 가족이 주는 행복.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아내와 함께 이 모든 길을 달렸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꾸민 밴 안에서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식사를 하고, 때로는 긴 운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풍경을 함께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터사이클을 함께 즐겼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돌아온 지금, 밴과 트레일러를 바라보면 지난 13일 동안 달렸던 수많은 길이 떠오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우리에게 아직 달려갈 길이 많이 남아 있구나.” 다음 여행에는 또 어떤 길을 만나게 될까. 아내와 함께라면, 그리고 우리의 밴과 모터사이클이 함께라면 어디든 다시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12박 13일의 여행은 끝났지만, 우리 부부의 새로운 길 위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예술사랑 (909-576-5773)
15551 Cajon Blvd. San Bernardino, CA 9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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