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세미티 밸리 한복판, 어퍼 파인스 캠핑장에는 236개 자리가 있다. 그런데 그중 전기가 들어오는 자리는 단 하나도 없다. 옆 동네 호그던 메도우도, 노스 파인스도, 로어 파인스도, 남쪽 관문의 와워나도, 8000피트 고지의 투올러미 메도우스도 마찬가지다. 요세미티국립공원 안에서 차로 접근 가능한 6개 대형 캠핑장, 어디를 가도 전기 훅업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형 RV로 요세미티를 찾는 여행자에게는 다소 당혹스러운 사실이지만, 이는 공원이 오래 지켜온 원칙과 맞닿아 있다.
6개 캠핑장, 공통점은 훅업 없음
요세미티국립공원관리청(NPS) 공식 데이터를 보면 밸리 안 3개 캠핑장인 어퍼 파인스, 로어 파인스, 노스 파인스와 빅오크플랫 로드의 호그던 메도우, 남쪽 관문의 와워나, 여름에만 문을 여는 투올러미 메도우스까지 총 6곳 모두 amenities 항목의 electricalHookups 값이 0으로 기록돼 있다. 상수도와 수세식 화장실, 덤프스테이션은 대부분 갖췄지만 전기만큼은 어느 캠핑장도 내주지 않는다. 발전기 사용조차 캠핑장마다 허용 시간대가 정해져 있어서, 결국 태양광 패널이나 리튬 배터리로 버티는 것이 요세미티 안에서 RV로 며칠을 지내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공원 밖 엘포탈이나 그로블랜드 인근 사설 캠핑장으로 눈을 돌리면 훅업이 있는 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그만큼 밸리까지 매일 왕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라붙는다.
캠핑장마다 다른 RV 길이 제한
길이 제한도 캠핑장마다 제각각이라 예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밸리 안 어퍼 파인스는 RV 35피트, 트레일러 24피트까지 받는다. 같은 밸리의 노스 파인스와 로어 파인스는 RV 40피트, 트레일러 35피트까지로 더 넉넉하다. 호그던 메도우는 RV 35피트, 트레일러 30피트, 와워나는 RV와 트레일러 모두 35피트가 상한이다. 여름 한정으로 열리는 투올러미 메도우스는 RV 35피트, 트레일러 24피트로 다시 좁아진다. 같은 공원 안에서도 어느 캠핑장을 예약하느냐에 따라 끌고 갈 수 있는 장비 크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NPS는 모든 자리가 해당 최대 길이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고, 예약 사이트에서 자신의 RV·트레일러 길이를 직접 입력해 걸러서 찾아볼 것을 권한다. 실제로 같은 캠핑장 안에서도 나무가 우거진 안쪽 자리는 진입로가 좁아 대형 장비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약 전쟁은 매달 15일 아침 7시에 열린다
요세미티 캠핑장 예약은 5개월 전, 매달 15일 태평양시간 오전 7시에 한 달 단위 블록으로 풀린다. 5월부터 9월까지 성수기 자리와 주말은 대개 열리는 순간 몇 초에서 몇 분 안에 동나 버린다. 밸리 안 노스 파인스는 여기에 더해 조기 접근 추첨제까지 운영해서, 당첨자만 우선 예약 기회를 얻는 구조다. 투올러미 메도우스는 절반은 두 달 전 매달 15일에, 나머지 절반은 2주 전부터 매일 오전 7시에 순차적으로 풀리는 이중 구조를 쓴다. 2026년 투올러미 메도우스는 7월1일부터 9월28일까지만 문을 열 예정이라 개방 기간 자체가 짧다. 반면 호그던 메도우와 와워나 A루프는 겨울철, 대략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는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운영돼 비수기를 노리면 오히려 문턱이 낮아진다.
곰 사물함, 요세미티 캠핑의 또 다른 규칙
전기 대신 요세미티가 모든 캠핑장에 빠짐없이 갖춰 둔 것은 곰 사물함이다. 캠프사이트마다 화로대와 피크닉 테이블, 그리고 가로 35인치 세로 43인치 높이 28인치 크기의 금속 식품 보관함이 딸려 있다. 아이스박스든 통조림이든 냄새나는 물건은 차 안이 아니라 반드시 이 사물함에 넣어야 한다. 곰이 사람 음식 냄새에 한번 익숙해지면 그 개체는 결국 사람과 마주치는 사고를 반복하다 안락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공원 측 설명이다. 밸리 캠핑장의 하루 사용료는 자리당 36달러 선이고, 투올러미 메도우스 단체 사이트는 75달러, 가축 동반 사이트는 50달러로 따로 책정돼 있다. 공원 입장료는 비상업용 차량 기준 7일 유효 35달러, 오토바이는 30달러, 도보나 자전거는 1인당 20달러다.
밸리 안에서는 셔틀이, 밖에서는 발전기가 답이다
어퍼 파인스와 노스 파인스, 로어 파인스는 모두 요세미티 밸리의 무료 셔틀 노선 위에 있어서, 차를 캠프사이트에 세워두고 커리 빌리지나 요세미티 빌리지까지 걸어가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기가 없는 대신 이동의 번거로움을 셔틀이 상당 부분 덜어주는 구조다. 반면 밸리에서 멀리 떨어진 호그던 메도우나 와워나, 투올러미 메도우스는 셔틀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발전기와 배터리 용량을 더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5월부터 9월까지는 장작 화로도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로 제한되는데, 이는 밤사이 대기질이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공원 측은 설명한다.
지금 계획한다면
당장 이번 여름 자리를 노린다면 성수기 예약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대신 가을 평일이나 겨울철 첫 두 루프만 운영하는 어퍼 파인스, 혹은 선착순으로 전환되는 호그던 메도우와 와워나 A루프를 노려볼 만하다. 전기 없이 며칠을 버틸 자신이 있다면, 폭포와 화강암 절벽이 만드는 밸리의 밤하늘은 그 불편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Data Source: NPS API (developer.nps.gov) / Recreation.gov RIDB
사진 출처: NPS Photo / Sheree Peshlakai, National Park Service (nps.gov/yose/planyourvisit/pinescampgrounds.h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