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 폭이 순간마다 달라진다. 어떤 구간은 48피트로 넉넉하다가, 몇 굽이만 돌면 23피트로 좁아진다. 콜로라도 남서쪽, 우레이와 실버턴을 잇는 25마일짜리 550번 도로는 “100만달러짜리 고속도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별명은 낭만적이지만, 큰 RV를 몰고 온 사람에게는 그 낭만이 곧바로 부담으로 바뀐다.
가드레일이 사라지는 구간
이 도로에 가드레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정작 가드레일이 필요해 보이는, 가장 좁은 구간에 가드레일이 없다는 점이다. 콜로라도교통국이 겨울철 제설 작업을 할 때 눈을 도로 바깥으로 바로 밀어낼 수 있도록 일부러 비워 둔 구간이라고 한다. 우레이 바로 위쪽 구간은 특히 좁고, 갓길도 거의 없이 1000피트 아래로 떨어지는 절벽이 도로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레드마운틴패스, 11018피트
도로의 정점은 레드마운틴패스, 해발 11018피트다. 이 구간부터 8퍼센트에 이르는 급경사와 연속된 헤어핀 커브가 시작된다. RV를 몰고 이 도로를 지나는 것을 막는 법규는 따로 없다. 다만 급경사와 헤어핀, 좁은 갓길이 겹치는 구간에서 큰 RV나 대형 트레일러를 끄는 여행은 권하기 어렵다는 게 현지 운전자와 여행 정보 사이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눈이 내리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이 고개에는 매년 평균 500인치 가까운 눈이 내리고, 폭설이 심할 때는 도로 자체가 통제된다.
큰 RV라면 우회를 고민할 시점
실버턴에서 우레이로 곧장 550번을 타는 대신, 규모가 큰 RV는 몬트로스를 거쳐 50번과 62번 도로로 돌아가는 경로를 고려할 만하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급경사와 헤어핀 구간을 피할 수 있다. 짧은 트레일러나 소형 밴 정도라면 도로 자체는 통행이 가능하다는 후기가 많지만,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낮 시간에, 맑은 날, 되도록 통행량이 적은 이른 아침을 골라야 한다는 조언이 반복해서 나온다.
우레이 쪽 캠핑 자리, 앰피시어터
우레이에서 550번을 타고 남쪽으로 2마일만 내려가면 산림청이 관리하는 앰피시어터 캠핑장이 나온다. 해발 8400피트에 자리 잡은 이곳은 우레이를 둘러싼 원형 절벽 지형 이름을 그대로 땄다. 텐트 전용 자리와 일반 자리가 섞여 있고, 화장실과 식수, 쓰레기 수거가 갖춰져 있으며 recreation.gov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캠핑장에서 바로 시작되는 어퍼캐스케이드폭포 트레일을 비롯해 지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오프로드 코스도 가깝다. 550번 고개를 넘기 전이나 후에, 무리한 구간을 피해 하룻밤을 정리하기 좋은 자리다.
더 들어가고 싶다면, 애니마스포크스
시간과 장비에 여유가 있다면 실버턴에서 시작되는 65마일짜리 비포장 순환로, 알파인루프를 통해 애니마스포크스라는 유령 마을까지 가볼 수 있다. 해발 11200피트에 자리한 이 마을은 1870년대 은광으로 번성했다가 1920년대에 완전히 버려졌다. 다만 이 구간은 일반 RV가 아니라 사륜구동 차량을 위한 길이므로, 큰 차체로는 애초에 시도할 곳이 아니다. 매년 10만 명 넘게 이 루프를 찾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역이 얼마나 극적인 풍경을 품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평균 폭 31피트가 감추는 함정
도로 안내 자료들이 흔히 인용하는 평균 폭은 31피트다. 숫자만 보면 두 차선짜리 도로치고 그리 좁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이 숫자가 평균이라는 데 있다. 넓은 구간 48피트와 좁은 구간 23피트를 한데 섞어 평균을 낸 것이라, 실제로 마주치는 순간은 숫자가 말해주는 것보다 훨씬 좁다. 커브를 돌 때마다 폭이 바뀌니 앞차와의 간격, 반대편에서 오는 트럭과의 간격을 매번 새로 가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여행 정보 사이트와 현지 포럼에서는 하나같이 큰 리그나 대형 트레일러는 피하라고 권한다.
결국 판단은 차체 크기에 달렸다
100만달러짜리 도로라는 이름은 과거 이 길을 낼 때 든 공사비, 혹은 도로 자갈에 섞인 광석 값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무엇이 진짜 유래든, 지금 이 도로를 앞에 둔 RV 여행자에게 중요한 건 하나다. 차체가 크고 길수록 이 구간의 매력은 위험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짧은 트레일러라면 맑은 날을 골라 천천히 넘어가고, 큰 코치라면 몬트로스를 돌아가는 편이 낫다. 어느 쪽이든 앰피시어터에서 하루를 묵으며 우레이의 온천과 협곡을 먼저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사진 출처: Haley Bee, Pexels (pexels.com/photo/scenic-view-of-colorado-s-rocky-mountains-289649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