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 없는 상태로 온수기를 켜면 30초 만에 히팅 엘리먼트가 망가질 수 있다. RV 온수기가 다른 가전보다 유난히 다루기 까다로운 이유다. 집에서 쓰는 보일러와 달리 RV 온수기는 좁은 탱크 안에서 가스와 전기, 때로는 둘 다를 오가며 작동하고, 도로 진동까지 견뎌야 한다. 몇 가지 기본만 지키면 수명을 몇 년은 더 늘릴 수 있다.
빈 탱크로 절대 켜면 안 되는 이유
대부분의 RV 온수기는 6갤런 안팎의 작은 탱크에 물을 채우고 그 물을 데우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탱크가 비어 있는 채로 전원이 들어가는 경우다. 물이 없으면 히팅 엘리먼트나 버너 주변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 순식간에 과열되고, 최악의 경우 탱크 자체가 손상된다. 겨울 보관을 마치고 다시 시즌을 시작할 때, 혹은 정비를 마친 뒤 재가동할 때 가장 흔히 벌어지는 실수다. 물을 채우기 전에는 온수기 전원이 꺼져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급수 후에도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전원을 넣는 순서를 지켜야 한다.
분기마다 한 번, 어노드 로드 점검
서버번(Suburban) 같은 브랜드의 탱크형 온수기에는 어노드 로드(anode rod)라는 마그네슘 막대가 들어 있다. 이 막대가 탱크 내부의 부식을 대신 흡수하며 녹아 없어지는 소모품이다. 어노드 로드가 다 닳아 없어지면 그다음부터는 탱크 자체가 부식되기 시작한다. 상시 거주하며 RV를 쓰는 풀타이머라면 분기에 한 번, 일반적으로 캠핑을 다니는 정도라면 최소 반년에 한 번은 탱크를 비우고 어노드 로드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안전하다. 로드가 절반 이상 닳았다면 교체 시기다. 참고로 지라드(Girard)나 트루마(Truma) 같은 온디맨드 방식 온수기는 어노드 로드가 없는 대신, 제조사가 권장하는 별도의 스케일 제거 절차를 따라야 한다.
플러시, 캠핑 시즌이 끝나기 전에
탱크 바닥에는 시간이 지나며 미네랄 침전물이 쌓인다. 이 침전물이 두꺼워지면 온수기 효율이 떨어지고 소음도 심해진다. 정비는 어렵지 않다. 온수기 전원을 끄고 물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린 뒤, 외부 배수 마개를 열어 탱크 물을 완전히 비운다. 이후 플러시용 완드(wand)나 원예용 노즐로 탱크 안쪽에 물을 강하게 쏘아 침전물을 씻어내면 된다. 뜨거운 물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마개를 열면 화상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식은 뒤에 작업해야 한다.
120볼트로 상시 연결해도 되는지
전기 히팅 엘리먼트가 함께 달린 콤보형 온수기라면, 캠핑장 전원에 연결된 상태로 온수기를 계속 켜 두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온수를 오래 쓰지 않을 예정이라면 전기 요금과 불필요한 마모를 줄이기 위해 꺼 두는 편이 낫다. 프로판 버너 쪽은 상황이 다르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연소가 이어지는 만큼, 자리를 비울 때는 가스 쪽 온수기를 꺼 두는 것이 안전 수칙에 가깝다. 프로판 경보기가 있다면 온수기를 켜 둔 채 잠들기 전 반드시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겨울철 보관 전 반드시 비우기
기온이 32도(화씨) 아래로 떨어지는 지역에서 RV를 겨울 동안 세워 둔다면, 온수기 탱크 물을 완전히 비우고 바이패스 밸브를 통해 부동액이 탱크를 거치지 않고 배관만 돌도록 전환해야 한다. 탱크 안에 물이 남은 채로 얼면 탱크가 갈라질 수 있고, 이는 어노드 로드 교체보다 훨씬 큰 비용으로 이어진다. 봄에 다시 시즌을 시작할 때는 바이패스 밸브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앞서 설명한 순서대로 물을 채운 뒤 전원을 넣는 절차를 잊지 말아야 한다.
가스식과 전기식, 온디맨드의 차이
RV 온수기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서버번이나 애트우드(Atwood) 같은 전통적인 탱크형은 프로판이나 전기, 혹은 둘 다로 6갤런 안팎의 물을 미리 데워 저장해 둔다. 사용은 간편하지만 탱크 물을 다 쓰면 다시 데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라드나 트루마 같은 온디맨드형은 탱크 없이 물이 흐르는 순간 즉석에서 데우는 방식이라 온수가 끊기지 않고, 무게도 가볍다. 대신 초기 비용이 더 들고, 한겨울 저수온 환경에서는 온도 상승 폭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트레일러를 고를 때 온수기 방식을 미리 확인해 두면 캠핑장에서의 샤워 습관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 법
온수기에서 계란 썩는 냄새가 난다면 탱크 안에서 유황 박테리아가 어노드 로드와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럴 때는 탱크를 비우고 과산화수소 희석액으로 한 차례 소독한 뒤 다시 채우면 대개 해결된다. 점화가 잘 안 되거나 온수가 금방 식는다면 버너 주변 그을음이나 스케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셀프 점검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분해하기보다 공인 RV 정비소에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사진 출처: Vadim Bostanzhy, Pexels (Free to use) — https://www.pexels.com/photo/camping-by-the-lake-with-caravan-and-truck-37114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