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 픽업트럭으로 캠핑 트레일러를 끄는 RV 여행자가 늘고 있지만, 제원표에 적힌 최대 견인 중량만 보고 결정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항속거리가 절반 넘게 줄어드는 데다, 충전 인프라 자체가 트레일러를 단 차량에는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6년형 전기 픽업, 견인 중량은 얼마나 되나
2026년형 GMC 시에라 EV는 트림에 따라 최대 1만2500파운드까지 견인할 수 있고, 트레일보스 트림 기준 775파운드피트 토크와 GM 자체 추정 최대 493마일 주행거리를 갖췄다. 쉐보레 실버라도 EV도 비슷한 체급으로, 최대 항속거리 492마일에 최대 견인 중량 1만2500파운드를 낸다. 포드 F-150 라이트닝은 플래시·라리엇·플래티넘 트림에 맥스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를 더하면 최대 1만 파운드까지 견인이 가능하고, 확장형 배터리 기준 사용 가능 용량은 131킬로와트시, EPA 항속거리는 340마일로 안내된다. 리비안 R1T는 트림에 따라 스탠더드·라지팩 듀얼모터 기준 7700파운드에서, 맥스팩 기준 최대 1만1000파운드까지 견인 중량이 갈린다.
숫자가 아니라 실주행에서 벌어지는 일
문제는 이 숫자들이 트레일러를 달지 않았을 때 기준이라는 점이다. 리비안 R1T로 4000파운드에서 6000파운드급 중형 트레일러나 토이홀러를 끌면 고속도로 주행 시 항속거리가 평소보다 45%에서 60%까지 줄어드는 사례가 흔하다. 포드 F-150 라이트닝도 6500파운드짜리 트레일러를 매달면 실주행 항속거리가 90마일에서 100마일까지 떨어진다는 실측 사례가 보고됐고, 6100파운드급 트레일러를 매달아도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100마일 안팎까지 줄어든다. 배터리 용량, 트레일러 공기저항, 텅웨이트, 고속도로 주행 속도, 날씨, 충전기 배치까지 모두 항속거리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충전소에서 마주치는 현실적인 벽
대부분의 공용 충전기는 트레일러를 단 차량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았다. 풀스루 방식으로 드나들 수 있는 충전 구역은 드물고, 많은 충전소에서는 트레일러를 잠깐 분리한 뒤 충전하고 다시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충전소 한 곳에 들르는 시간이 트레일러가 없을 때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어, 여정 전체를 짤 때 이 시간을 미리 계산해두는 편이 좋다. 매일 100마일 안팎을 이동하고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사용 패턴이라면 전기 픽업이 잘 맞지만, 대륙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핍스휠(fifth wheel) 여행을 꿈꾼다면 아직은 맞지 않는 조합이라는 평가가 많다.
트레일러를 고를 때 셈해야 할 것
업계에서는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위해 트레일러 무게를 트럭 최대 견인 중량의 70%에서 80% 안쪽으로 맞추라고 권한다. 최대 견인 중량 숫자만 보고 트레일러를 고르면 승객과 짐, 텅웨이트까지 더한 실제 적재량이 최대 견인 중량에 도달하기도 전에 페이로드 한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420파운드짜리 실반스포트 배스트 트레일러처럼 가벼운 모델이라면 R1T의 견인 범위 안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텅 빈 차체 기준으로만 최대치를 채운 트레일러를 골랐다가는 캠핑 장비와 물, 연료를 실은 순간 규정 무게를 넘기기 쉽다.
RV 여행자에게 남는 선택지
전기 픽업으로 견인 여행을 계획한다면 충전소 위치와 트레일러 분리 가능 여부를 미리 지도에 표시해두고, 하루 이동 거리를 항속거리의 절반 이하로 잡는 편이 안전하다. 트레일러를 단 채로 이용할 수 있는 풀스루 충전소 목록을 사전에 확인해두면 매번 분리와 재연결을 반복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매일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라면 당분간은 내연기관 픽업이나 하이브리드 트럭이 더 현실적인 선택으로 남아 있다.
사진 출처: Alfo Medeiros, Pexels (https://www.pexels.com/photo/silver-car-with-trailer-on-arid-road-158234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