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4마일. 내처트레이스 파크웨이의 전체 길이다. 미시시피, 앨라배마, 테네시 세 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 길에는 신호등도, 광고판도, 프랜차이즈 간판도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파크웨이 본선 위에는 주유소도 식당도 없다. RV로 이 길을 달리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행의 리듬이 완전히 달라진다.
옛길의 정체, 무엇을 따라 달리는가
내처트레이스는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오가던 길이었고, 이후 강을 따라 물건을 실어 나르던 뱃사람들이 배를 팔고 걸어서 돌아가던 귀환로로 쓰였다. 이 옛 통로를 따라 국립공원관리청이 조성한 것이 지금의 경관도로다. 파크웨이는 남쪽 내처스 인근에서 시작해 북쪽 내슈빌 인근에서 끝나며, 전 구간이 국립공원 단위로 관리된다. 속도 제한이 낮고 굴곡이 완만해 대형 RV로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지만, 그만큼 목적지까지 이동 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한다.
파크웨이 위 유일한 캠핑장 세 곳
본선 위에 있는 공식 캠핑장은 단 세 곳뿐이다. 마일포스트 54.8의 록키스프링스, 마일포스트 193.1의 제프버스비, 마일포스트 385.9의 메리웨더루이스다. 셋 다 무료로 운영되며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는 방식이다. 전기도, 샤워 시설도, 하수 처리장도 없지만 화장실은 세 곳 모두 갖추고 있다. 봄과 가을, 특히 연휴 주말에는 이 세 캠핑장이 가장 붐빈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그중 가장 북쪽에 있는 메리웨더루이스 캠핑장은 32개 사이트를 갖추고 있고, 마실 수 있는 식수와 좌변기식 화장실이 있어 세 곳 중 가장 편의성이 높은 편이다. 그릴과 화덕도 사이트마다 마련돼 있고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록키스프링스와 제프버스비는 시설이 더 단출하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별을 보기에도 유리하다. 제프버스비 캠핑장 안쪽 도로 끝에는 리틀마운틴 전망대로 이어지는 1.8마일짜리 순환 트레일이 있는데, 해발 584피트로 미시시피주에서 가장 높은 지점 중 하나에 올라 양쪽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 옆에는 그릴 없는 피크닉 테이블 네 개와 지붕 딸린 안내판 쉼터가 마련돼 있어,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묵는 김에 가볍게 다녀오기 좋다.
메리웨더루이스라는 이름은 캠핑장 바로 옆에 있는 역사 유적에서 왔다.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를 이끌었던 탐험가 메리웨더 루이스가 1809년 이 지점 근처 그라인더스 스탠드에서 생을 마감했고, 1848년 테네시주 의회의 지원으로 그의 매장지에 부러진 기둥 모양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부러진 기둥은 이른 죽음을 상징하는 당시의 관습적인 조형이다. 지금도 기념비와 개척자 묘지가 캠핑장 산책로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남아 있어, 하룻밤을 묵어가는 여행자에게 이 길의 오래된 층위를 함께 보여준다.
주유소도 식당도 없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
파크웨이 본선에는 상업 시설이 아예 들어서 있지 않다. 기름을 넣거나 끼니를 해결하려면 곳곳의 출구로 빠져나가 인근 소도시로 나가야 한다. RV로 이 길을 달릴 계획이라면 연료 게이지가 절반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다음 출구 마을을 미리 확인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대형 RV는 연비가 낮은 편이라 이 구간 계획을 소홀히 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물과 식료품도 마찬가지로, 출구 마을에서 미리 채워 넣는 편이 안전하다. 출구 표지판이 나타나는 간격도 구간마다 다르므로, 지도 위에 미리 급유 지점을 표시해 두면 운전 중 급하게 결정을 내릴 일이 줄어든다.
시속 50마일, 대형 트럭이 없는 도로
파크웨이 전 구간의 제한 속도는 시속 50마일이고, 테네시 레이퍼스포크 북쪽 구간과 미시시피 리지랜드 인근에서는 시속 40마일로 더 낮아진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이 길에서 상업용 화물 트럭의 통행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세미트레일러나 배달 트럭, 대형 버스와 나란히 달릴 일이 없다. 자전거 여행자들이 이 길을 즐겨 찾는 이유이기도 하고, RV 운전자 입장에서도 대형 화물차 사이에 끼여 차선을 바꿔야 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속도 자체가 낮은 만큼 전체 구간을 완주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시시피 투펄로 인근에는 파크웨이 전체를 관리하는 방문자센터가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문을 열고, 옛길의 역사와 현재 도로 상황을 함께 안내받을 수 있어 첫 진입 지점으로 들르기에 알맞다.
마운트 로커스트, 닫힌 문 앞에서
마일포스트 15.5에 있는 마운트 로커스트는 내처트레이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유적 중 하나다. 방문자 안내소와 부지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열지만, 정작 역사적인 여관 겸 상점 건물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무기한 폐쇄된 상태다. 안에 들어갈 수는 없어도 건물 외관은 볼 수 있어, 잠시 차를 세우고 걸어볼 만한 정거장이다. 폐쇄 사유가 안전 문제인 만큼 안내 표지판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편이 좋다.
다리 하나로 완성되는 풍경, 버드송 할로우
마일포스트 438 부근, 버드송 할로우 위에 놓인 이중 아치 다리는 내처트레이스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계곡 위를 가로지르는 곡선형 다리는 사진 한 장으로도 이 길의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다리를 건너기 전후로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대형 RV라도 잠시 정차하고 걸어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북쪽 구간을 달리는 여행자라면 일정 안에 이 지점을 넣어 두는 것을 권할 만하다.
현재 폐쇄 정보도 함께 확인하자
날씨나 공사, 그 밖의 긴급 상황에 따라 파크웨이 구간별로 임시 폐쇄가 발생할 수 있다. 출발 전 공식 안내 페이지에서 현재 폐쇄 구간을 확인하는 절차는 건너뛰지 않는 편이 좋다. 숲으로 둘러싸인 구간이 많아 휴대전화 신호가 끊기는 지점도 잦으므로, 경로 전체를 미리 오프라인 지도로 내려받아 두는 준비도 필요하다.
444마일을 하루 만에 주파하려는 계획보다는, 사나흘에 걸쳐 세 캠핑장과 몇몇 역사 유적을 엮어 천천히 도는 일정이 이 길의 성격과 더 잘 맞는다. 신호등 없는 도로, 대형 트럭 없는 차선, 그리고 무료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캠핑장 세 곳. 내처트레이스가 RV 여행자에게 건네는 조건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야말로 이 길을 천천히 달려야 할 이유가 된다.
Data Source: NPS API (developer.nps.gov)
사진 출처: NPS Photo, Double Arch Bridge over Birdsong Hollow (milepost 438) — nps.gov/nat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