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핑장에서 발전기를 켜는 순간, 옆자리 텐트나 RV와의 관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유림과 국립공원 캠핑장 상당수가 채택하는 기준은 두 가지 숫자로 요약된다. 조용한 시간(quiet hours)은 보통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이고, 발전기 소음은 50피트 거리에서 60데시벨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숫자가 모든 캠핑장에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캠핑장마다 다른 시간표
KOA 계열 캠핑장은 대체로 밤 10시를 조용한 시간의 시작으로 못박아 둔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립공원 일부는 발전기 가동 가능 시간을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로 제한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아예 발전기를 켤 수 없는 곳도 있다. 국유림이나 국립공원 캠핑장은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를 조용한 시간으로, 그 외 시간대에는 50피트 거리에서 60데시벨을 넘지 않는 선에서 발전기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어느 캠핑장에 가든 예약 확인서나 입구 게시판에 적힌 시간표를 그날그날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옆자리에서 룰을 지키지 않는다고 화를 내기 전에, 내가 가는 캠핑장의 규정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데시벨로 보는 발전기 종류
같은 ‘발전기’라도 소음 차이는 크다. 인버터 발전기는 대체로 50~70데시벨 수준으로, 사람 사이의 대화나 냉장고 소음과 비슷한 정도다. 반면 일반 발전기는 80~100데시벨까지 올라가는데, 이는 트럭 엔진 소리나 헤어드라이어, 심하면 헬리콥터 소음에 맞먹는 수준이다. 60데시벨이라는 기준선을 놓고 보면 인버터 발전기는 대체로 통과하지만 구형 일반 발전기는 거리와 방음 여부에 따라 기준을 넘기기 쉽다. RV용 발전기를 고를 때 정격 출력만 보고 고르기 쉬운데, 이웃한 캠퍼들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데시벨 수치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다.
에어컨 하나에 필요한 진짜 출력
13500BTU급 RV 에어컨을 발전기로 돌리려면 생각보다 큰 출력이 필요하다. 정상 가동 중에는 1300~1600와트 선에서 움직이지만, 처음 켤 때 순간적으로 필요한 기동 전력(starting watts)은 2800~3000와트까지 치솟는다. 정격 출력만 보고 2000와트급 발전기를 골랐다가는, 평소 가동에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정작 에어컨을 켜는 그 순간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에어컨을 무리 없이 돌리려면 최소 3000와트급 발전기가 필요하고, 여기에 냉장고나 전자레인지를 동시에 쓸 계획이라면 여유 출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 발전기 스펙 표에서 ‘정격 출력(running watts)’과 ‘기동 출력(starting/surge watts)’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음보다 먼저 챙겨야 할 안전
이웃과의 소음 문제를 신경 쓰다 보면 정작 더 중요한 위험을 놓치기 쉽다. 일산화탄소(carbon monoxide) 중독이다. 발전기 배기구가 RV의 창문이나 슬라이드아웃, 환기구 쪽을 향해 있으면 무색무취의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될 수 있다. 발전기는 항상 RV 본체에서 충분히 떨어뜨려 놓고, 배기구가 이웃 캠핑사이트나 자신의 차량 창문 쪽을 향하지 않도록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RV 실내에 설치해두는 것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비 오는 날 텐트나 캐노피 아래에 발전기를 두는 것 역시 배기가스가 고이기 쉬워 위험하다.
좋은 이웃이 되는 법
발전기 소음 문제로 캠핑장 분쟁이 생기는 가장 흔한 패턴은 ‘남들도 다 켜니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조용한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발전기를 끄고, 배터리와 보조 전원(파워스테이션 등)으로 전환해두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다. 발전기를 사이트 안쪽이 아니라 이웃과 먼 쪽에 놓는 것만으로도 체감 소음이 줄어든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머플러나 방음 박스를 추가로 장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애초에 정숙성이 검증된 인버터 발전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 발전기 사용은 성능의 문제이기 전에 매너의 문제다.
다음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예약 사이트나 캠핑장 공지에서 발전기 허용 시간부터 확인해보길 권한다. 같은 주(state) 안에서도 캠핑장마다 규정이 다르고, 국유림과 사설 캠핑장의 기준 역시 제각각이다. 발전기 하나 켜고 끄는 시간을 지키는 작은 습관이, 캠핑장 전체의 밤을 조용하게 만든다.
사진 출처: IslandHopper X, https://www.pexels.com/photo/cars-with-trailers-at-a-campsite-in-mountains-17816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