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때 소풍 가듯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출발한 날은 6월 16일. LA는 화씨 80~85도 언저리에 쾌청한 날씨다. 첫날이니 무리하지 않고 4시간 정도만 운전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의 ‘Black Rock RV & Campground’다.
일단은 코스트코에서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주행거리 표시도 0으로 돌려 놓고 10Fwy를 타고 동쪽으로 신나게 달린다. 달리는 도중 점심은 프리웨이 주변 동네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하고 신나게 다시 출발.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주 경계 근처인 Blythe에 도착하니 개스 게이지가 절반 아래로 떨어져 있다. 혹시나 첫 날부터 실수할까 봐 이곳에서 다시 개스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이게 첫 실수였다. 불과 10여마일 지나 도착한 캠핑장은 사막 가운데에 넓고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용하는 팀은 우리를 포함해 달랑 3팀 뿐이다. 뭔가 썰렁하다. 날씨는 몇 시간전 떠난 캘리포니아와 다르게 덥다는 표현이 모자라게 뜨겁다. 캠핑장 바닥의 후끈 올라오는 열기, 바람 조차도 뜨거운 열풍이 분다. 차에 있는 온도계는 무려 화씨 126도라고 알려준다. 몸을 식히기 위해 찾은 풀장의 시멘트 바닥은 아예 슬리퍼 없이는 발을 디딜 수도 없다. 석양의 풍경은 더 없이 좋았지만 대륙횡단 여행의 첫 밤은 뜨거워서 잠을 설쳤다.

애리조나의 본격 관광시즌은 가을부터 겨울, 봄까지란 것을 미처 몰랐던 탓이다. 5월부터 8월, 한 여름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데 ‘대륙횡단’ 한다는 들뜬 마음에 이곳을 첫 행선지로 잡은게 실수였다. 그래서인지 여름은 숙박비도 아주 저렴하다. RV파크가 텅텅 빈것을 이제야 눈치 챘다. 여름엔 코스를 북쪽으로 잡았어야 했는데… 한 여름에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이나 세도나(Sedona)를 가 봤지만 이렇게 뜨겁지는 않았는데. 같은 애리조나를 관통하는 도로지만 중간 40Fwy와 남쪽 10Fwy 선상의 기온 차이가 이렇게 큰 줄을 이제야 실감했다. 역시 미국땅은 크다.
HINT
애리조나 주 경계를 넘어 처음으로 나타난 주유소 기름값은 캘리포니아보다 갤런당 1달러 이상 저렴했다. 미국 주 전체에서 캘리포니아의 개스값이 제일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시 깜빡했다.
출처: 나종성, 『아메리카 로드트립』(미주중앙일보, 2024).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