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언 협곡을 관통하는 지온-마운트 카멜 하이웨이(Zion-Mt. Carmel Highway)에 지난 6월 7일부터 새로운 통행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캐년 정션과 동쪽 입구 사이 구간을 지나려는 차량은 이제 길이, 폭, 높이, 무게 네 가지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기준을 넘는 차량은 남쪽이나 동쪽 입구에서 그대로 돌아서야 한다. 지온-마운트 카멜 터널만이 아니라 캐년 정션부터 동쪽 입구까지 전체 구간에 적용되는 규정이라, 터널을 피해 가겠다는 계산도 통하지 않는다.
얼마나 크면 걸리는가
단일 차량 기준으로 길이 35피트9인치, 폭 7피트10인치, 높이 11피트4인치, 무게 5만 파운드를 넘으면 통행이 막힌다. 트럭에 트레일러를 매단 조합형 차량은 기준이 조금 다르다. 전체 길이 50피트, 히치부터 트레일러 뒤 차축까지 26피트, 폭 7피트10인치, 높이 11피트4인치, 무게 5만 파운드가 상한선이다. 사이드미러, 타이어, 지붕 위 에어컨, 자전거 랙, 위성 안테나까지 전부 측정에 포함된다는 점이 까다롭다. 집 앞에서 줄자로 재본 길이와 도로 위에서 걸리는 길이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핍스휠(fifth wheel)이나 대형 트래블 트레일러를 끄는 트럭이라면 히치부터 트레일러 뒤 차축까지의 26피트 제한을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전체 길이는 통과해도 트레일러 구간만으로 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이 도로인가
이 기준은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1989년과 2019년 두 차례 진행된 안전성 조사, 그리고 연방 고속도로관리국(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의 검증을 근거로 확정됐다. 기준보다 긴 차량은 도로의 급커브와 스위치백에서 차선을 지키기 어렵고, 기준보다 넓거나 높은 차량은 지온-마운트 카멜 터널을 한 차선으로 통과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5만 파운드가 넘는 무게는 도로 위 다리 네 곳이 버티는 한계를 넘어선다. 1930년에 완공된 이 도로는 국가 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된 역사적 구조물이자 토목공학 랜드마크(Historic Civil Engineering Landmark)라, 애초에 지금처럼 큰 차량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았다. 대형 차량은 현재 운영 중인 터널 통과·에스코트 방식에서도 문제였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 시간 중 자유롭게 흐르는 교통 시간은 평균 19분에 불과했고, 가장 혼잡한 날에는 8분까지 줄어들었다.
그래도 캠핑은 갈 수 있다
기준을 넘는 차량이라도 예외는 있다. 자이언 캐년 방문자센터 옆 대형 차량 주차장에 자리가 있는 경우, 자이언 롯지 예약이 있는 경우, 셔틀 비운영 기간에 자이언 캐년 스케닉 드라이브를 직접 운전하는 경우, 그리고 워치맨 캠핑장이나 사우스 캠핑장에 캠핑하러 가는 경우다. 사우스 캠핑장은 124자리 전부가 전기 훅업 없이 텐트나 RV 자리로만 운영되고, 1박 요금은 35달러다. 예약은 최대 2주 전부터 가능하고 워크인 자리는 없다. 워치맨 캠핑장은 184자리 중 92자리에 전기 훅업이 있고, 예약은 최대 6개월 전부터 열린다. 논일렉트릭 자리는 35달러, 전기 자리는 45달러다. 다만 전기 자리라도 발전기는 쓸 수 없다. 최근에는 2단계 산불 예방 조치(Stage 2 fire restrictions)까지 발효돼 워치맨과 사우스 캠핑장 안에서 캠프파이어와 숯불 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캠핑장에 가는 길이라면 예약 확인서를 챙겨가는 편이 입구에서의 실랑이를 줄이는 방법이다.
걸렸을 때 우회로
브라이스 캐년 방향으로 갈 예정이라면 시더시티 북쪽의 20번 국도를 타는 우회로가 있다. 지온-마운트 카멜 하이웨이보다 63마일을 더 돌아가지만 실제로 늘어나는 시간은 42분 정도다. 우회 구간은 완만한 주간 고속도로라 대형 RV로도 부담이 적다. 반대로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자이언을 통과하려던 차량이라면, 공원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입구에서 돌아서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사전에 우회로를 경로에 넣어두는 편이 낫다. 공원 측은 도로 폭을 넓혀서 대형 차량을 받아들이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1930년에 완공된 터널과 다리, 스위치백은 그 자체로 국가 사적지에 오른 역사적 구조물이라, 도로를 확장하는 순간 보존 가치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즉 이 제한은 한시적 조치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큰 규정으로 봐야 한다.
출발 전 확인할 것들
자이언 공식 홈페이지의 대형 차량 안내 페이지에는 남쪽·동쪽 입구에서 초과 차량에 어떤 안내가 이뤄지는지, 그리고 예외로 인정되는 상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다. 여기에 더해 공원 알림(alerts) 페이지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최근에는 대형 차량 제한 외에도 버진강과 공원 내 하천에서 남조류(cyanobacteria) 독성 경보가 함께 떠 있어, 머리를 물에 담그거나 여과 없이 식수로 쓰는 행위를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앤젤스랜딩(Angels Landing) 하이킹을 계획 중이라면 별도 허가제(permit)가 필요하다는 점도 최근 바뀐 부분이라 캠핑장 예약과 별개로 챙겨야 한다. 자이언 캐년 방문자센터 옆 대형 차량 주차장은 자리가 한정돼 있어 선착순으로 마감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부분이다.
RV로 자이언에 갈 계획이라면 출발 전에 줄자부터 꺼내야 한다. 사이드미러와 지붕 장비까지 포함한 실측 길이·폭·높이를 남쪽 입구에 도착하기 전에 확인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기준을 살짝 넘는 차량을 몰고 무작정 입구까지 갔다가 그 자리에서 우회로를 다시 짜는 것보다, 집에서 미리 재고 계획을 세우는 쪽이 훨씬 마음 편하다. 캠핑장 예약이 있어 통과가 가능한 경우라도 예약 확인서를 프린트하거나 휴대전화에 띄워 바로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해두면, 입구에서의 확인 절차가 한결 빨리 끝난다.
사진 출처: NPS Photo / Caitlin Ceci, https://www.nps.gov/zion/index.h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