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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풍경,
마음에 남은 이야기.

(12) 타임머신타고 찾아간 서부개척시대 ‘툼스톤’

툼스톤의 옛 은행과 교회
툼스톤거리 한 모퉁이에 있는 옛 은행과 교회.

10번Fwy를 달리다 벤슨(Benson)이란 도시에서 점심을 먹는데 창 밖으로 툼스톤(Tombstone)이란 간판이 보인다. 툼스톤이라 어디서 많이 듣던 지명인데 기억이 가물가물 거린다. 생각이 났다. 한국에선 ‘OK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로 유명한 영화의 본 고장이다. 내가 무지 좋아하던 서부영화의 실제 무대가 바로 지척이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잖아. 막바로 80번 지방도로로 방향을 틀었다. 내 차로 느긋하게 여행 다니는 잇점이 바로 이런거 아닌가.

툼스톤은 애리조나 남동쪽 끝자락 인구 1,300여명의 소도시다. OK목장의 결투는 1881년 실제로 있었던 사건인데 당시 신문에 크게 보도됐었고 주인공 와이어트 어프 형제들의 무용담은 당시 큰 이야기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서부 개척시대 거리, 카우보이들과 술집, 보안관 사무실 등의 흔적을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다. 툼스톤은 무덤앞에 세우는 묘비를 말하는데 그대로 도시 이름이 되었다.

가는 도중 숙소부터 찾는데 캠핑장은 없고 조그만 모텔들이 보인다. 구글 검색에서 가르쳐 준 곳을 찾는데 동네를 뱅글뱅글 돌기만 할 뿐 나타나지 않는다. 도로변 눈에 띄는 모텔을 찾아 가니 주인이 문을 열지도 않고 조그만 창틈으로 빼꼼히 내다본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근처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도 마약을 한것 같기도 하고…여하튼 뭔가 으시시하다. 벤슨으로 나와 호텔에 들어가니 마음이 놓인다.

툼스톤은 도시라기 보다 조그만 동네 같아 보인다. 메인 스트릿은 지금도 비포장이다. 역마차가 거리를 누비고 길 모퉁이에는 옛 복장 그대로 총을 찬 총잡이들이 무법천지 시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술집 앞엔 치렁치렁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가 손님을 유혹한다.

오늘의 툼스톤은 옛 영화를 품은 관광명소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는 애리조나에서 제일 큰 규모의 은광이 발견되어 1870년대초 불과 100여명 남짓하던 인구는 1890년대엔 무려 14,000여명으로 불어나는 등 서부개척의 커다란 붐을 일으켰던 곳이란다.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도박장과 술집 등 유흥업소도 넘쳐나게 되고 덩달아 투기꾼과 장사꾼, 건달과 악당들이 꼬이면서 총잡이들의 총소리가 그치지 않았던 곳. 이 시절의 수많은 사연은 지금도 전해 내려 온다고 하는데 사랑과 배신, 권모술수, 우정과 폭력이 난무했던 전설같은 이야기들을 끌어 모아 상품화 한 관광도시다. 당시의 술집이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

명물 술집 ‘Big Nose Kates Saloon’도 그대로 있다. 원래 그랜드 호텔이었던 이 건물은 16개의 객실을 갖춘 당시 애리조나에서 알아주는 최고급 호텔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로비는 술집으로 바꼈다. 뒷골목에는 현상금 걸린 인물들의 빛바랜 전단지가 붙어있는 보안관 사무실과 엉성한 철창, 영화에서 본 시신을 넣던 긴 5각형 관들. 야외 공연장에선 OK목장의 결투를 쇼로 재연하고 있다.

툼스톤 OK목장 앞의 역마차
툼스톤은 서부영화 ‘OK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의 실제 현장이다.
서부개척시대 복장을 한 총잡이들
옛 복장 그대로 총잡이들이 서부개척시대 무법천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GUIDE

툼스톤, 도시 전체가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 가고 싶거나 서부영화 팬이라면 한번쯤 찾아가 볼만한 곳이다. 인구가 적고 관광객도 거의가 당일치기로 오는 손님들이다 보니 숙소도 초라하고 프랜차이즈 패스트 푸드점도 없다. 외곽에 작은 그로서리 마켓이 있을 뿐이다.

출처: 나종성, 『아메리카 로드트립』(미주중앙일보, 2024).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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