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흘이 조금 넘는 일정이었지만 무더위 때문인가 약간은 지친다. 텍사스 서남부에 있는 빅벤드(Big Bend)국립공원으로 간다. 이제는 신기하던 사막길도 지루하고 날씨마저 말로 못할 정도로 찜통이라 망설여 진다. 하지만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집 떠나 정처없이 객지를 떠도는데…언제 또 오랴 싶어 강행하기로 했다. 빅벤드는 미국 국립공원 중 방문객 수가 꼴찌란다.
리오 그란데 강(Rio Grande Wild and Scenic River)이 미국을 가로질러 멕시코까지 흐르며, 이 강을 따라 별이 쏟아지는 밤 하늘과 사원 모양의 협곡으로 유명하다. 울창한 산과 석회암 협곡은 뜨거운 태양의 치후아후안 사막(Chihuahuan Desert)과 만난다. 협곡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100마일이 넘는 도로를 더 들어가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이 공원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해 질 무렵이라고 한다.
대충 공원을 눈요기하면서 Chisos Basin에 있는 방문객 센터를 찾았다. 조그만 마켓과 캠핑장이 있어 한 이틀 정도 묵으며 피로도 풀고 여기저기 공원을 다녀 보려고 했다. 인적도 뜸해 캠핑장도 한가할 것이라 생각 했는데 레인저 오피스에 들르니 예약했냐고 묻는다. 안했다고 하니 자리가 없단다. 내가 보기엔 빈자리도 좀 보이는데,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단다. 지금 하면 안돼냐고 하니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다시 오라고 한다. 팬데믹 이후 예약제로 시스템이 바꼈다고 한다. 여기선 인터넷도 터지지 않는데 뭔 예약.
당초 생각은 캠핑장을 먼저 잡고 포인트 탐방에 나서려 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되니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아쉬움이 남지만 일단 철수하기로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돌아 나오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직진을 해 버린것. 캠핑장은 많은데 출입을 못하게 입구를 차단기로 막아놨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의 시즌은 11월부터 4월까지란다.
10Fwy를 지나는데 날씨가 다시 꾸물댄다. 캠핑장을 못 구하고 길가의 RV파크 표지판을 보고 무작정 들어갔다. 사설 파크인데 차 두대에 35달러란다. 값이 싸다고 좋아하며 돈을 지불하고 샤워장과 화장실을 찾으니 없단다. 아니 이런 곳이 다있나. 주인에게 미안하다. 다른 곳을 찾아야 겠다고 하니 순순히 환불해 준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무조건 10번Fwy에서 보이는 첫 모텔을 찾아 들어갔다. 빗방울은 엄청난 소나기가 되어 쏟아진다.


POINT
뭐니뭐니해도 이 공원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해 질 무렵이라고 한다. 많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별을 관측하기 위해 빅 벤드를 찾는데 맑은 날 밤에는 맨눈으로 약 2,000개에 달하는 별이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출처: 나종성, 『아메리카 로드트립』(미주중앙일보, 2024).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