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거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고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그날 저녁 지낼 숙박지 찾는 일이다. 경유하는 지역이 대도시가 아니라면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해가 지기 전 숙박지를 찾아가도록 권한다.
숙박 방법으로는 가장 먼저 캠핑과 호텔(모텔)을 이용하는 것이 있고 이 둘을 혼용하는 방법이 있다. 필자의 경우 대륙횡단시에는 3일을 캠핑하고 4일째는 샤워와 편안한 휴식을 위해 호텔을 이용했지만 알래스카 여행시에는 주로 캠핑과 RV파크를 이용했다. 비가 오거나 일기가 불순한 날은 호텔보다 오히려 캠핑장이나 RV파크가 좋았다. 호텔에 투숙해서는 한식 취사도 못할 뿐 아니라 룸에 한번 들어가면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해서다. 필자의 차가 중형 밴을 개조해서 침실과 취사용 식탁을 갖춘 것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차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는 기분은 그야말로 중국말 “띵호와~”다.
캠핑-RV파크(Camping-RV Park)
자연을 즐기는게 목적이거나 국립공원 탐방이 목적이라면 캠핑을 권한다. 가족들과 캠프 파이어도 할 수 있고, 말 그대로 숲 속 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 빛에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장의 종류로는 크게 국립공원 캠핑장, 주립공원 캠핑장, 카운티 공원 캠핑장과 국유지 캠핑장, 사설 캠핑장(KOA 포함), RV 캠핑장으로 나뉜다.
여행 중 둘러 본 대부분의 캠핑장은 안전하고 자유로웠다. 단 국립공원이나 사설 캠핑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미국 캠핑장은 샤워시설이 없으며 극히 일부지만 화장실이 푸세식인 곳도 있다.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은 동전 샤워장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캠핑장 가격은 호텔(1박 100~250달러—팬데믹 이후로 부쩍 올랐다)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캠핑은 대부분이 1박에 30여달러 내외이며 국립공원에서 시니어 혜택을 받으면 그나마 절반값이다.
AAA지도에는 그 지역의 큰 캠핑장만 표시되어 있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시설 좋은 캠핑장은 예약과 선착순이 골고루 있는데 간혹 100%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도 있다. 성수기에 이런 곳에 자리 잡으려면 최소 6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예약 없이 찾아 가면 빈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일단 최대한 일찍 들어가야 한다. 전날 있던 사람들은 보통 11시에는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하늘의 별 따기’다.
캠핑장을 잡지 못했다면 오히려 RV(Recreation Vehicle) 파크를 이용하는 것도 유리할 때가 있다. 미국은 캠핑장도 많지만 RV파크도 널려있다. 이런 곳은 RV가 아닌 미니밴이나 승용차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반 캠핑 사이트가 몇개는 갖춰져 있다. 드라이 캠핑(Dry Camping)을 원한다고 말하면 저렴한 가격에 하룻밤 지낼 수 있다. 동전 넣는 샤워장도 있으며 재수 좋으면 수영할 수 있는 풀장도 있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가격은 일반 캠핑장보다 조금 비싸지만(50~80달러) 호텔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서부지역 1번도로에서 바다를 향한 사이트는 100~200달러 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은 여행 시즌 몇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다니다 보면 RV파크지만 화장실이나 샤워장이 없는 곳도 간혹 있다. RV에 시설들이 모두 있어 이런것들을 갖추지 않고 땅만 빌려주는 곳이다.
호텔-인-모텔(Hotel-Inn-Motel)
편안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한다. 별 4~5개짜리가 아니라도 일반적인 호텔은 안전도 보장되고 시설이 편하기 때문이다.
호텔같은 숙박 시설을 구분하자면 시설따라 차례대로 Hotel, Inn, Motel, Lodge, B&B로 나뉜다. 요즘은 모두가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냥 찾아가 방을 구하면 예약때 보다 10~15% 비싸다. 호텔, Inn, 모텔은 거의가 아침 식사도 제공한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한끼 식사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도 아침 한끼로 충분하다. 잘못 들어 간 시골 도로변 모텔은 시설이 엉망이거나 환경이 최악(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자들이 득실거리는)인 경우도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한다 하지만 처음 가는 곳 주변 환경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Google 검색창에 뜨는 곳에서 가격만 보고 고르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기타 숙박 장소
일부 젊은 여행자들은 요즘 한국서 유행하는 노지캠핑을 시도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프리웨이 레스트 에리어, Walmart나 카지노 주차장, 트럭 기사들을 위한 주유소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모두가 무료이기 때문에 경비 절감에는 최고다. 물론 모든 일정을 이 방식으로 하지는 않지만 부득이한 경우 섞어서 숙박하면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노지캠핑은 말 그대로 지나는 길가나 조금 외진장소를 찾아 하룻밤을 지내는 방법인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금지하는 곳도 있다. 지역에 따라서 식수, 화장실 등 아무 시설을 갖추지 않은 정부 토지관리국에서 운영하는 무료 노지캠핑장 BLM(Bureau of Land Management)도 이용할만 하다. BLM 캠핑장은 대부분 선착순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미 전역에 400곳이 넘는다.
프리웨이 레스트 에리어는 화장실과 물이 있어 편하지만 밤샘 주차를 금지하는 곳도 있고 8시간 이내의 주차만 허용하는 곳도 있으며 취사용 버너 사용을 금하는 곳도 있으니 미리 경고 표지판을 확인 하도록. 대형 트레일러들이 쉬는 곳이라면 대부분 하루 묵어가는 것을 허용한다.
월마트나 카지노 주차장은 대부분이 차량 숙박을 허용한다. 자기 업소를 이용할 확률이 높기 때문인데 어떤 카지노는 무료 전기와 덤프(오수 처리) 시설을 제공하기도 한다. 화장실과 세면이 가능해 편리하다. 이도 저도 못 잡았다면 호텔 주차장을 잠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밤 늦게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을 눈 감아 준다.
대부분의 트럭(트레일러) 주유소는 하룻밤 머무는 것을 허용한다. 이런 주유소는 식음료 등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기 쉬우며 화장실은 물론 유료 샤워시설이 있어 편하다.
출처: 나종성, 『아메리카 로드트립』(미주중앙일보, 2024).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다.
